교회명, 지역이름으로 정착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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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지역명을 포기한다는 것은 지상교회 포기와 마찬가지” 우려
서울시 야경 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불켜진 빨간 십자가이다. 그 많은 교회들은 어떤 이름으로 존재하는가?
한국교회 초창기 교회 이름은 현지의 지명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인천교회, 인천제이교회, 인천제삼교회 등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독교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교회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고 지역 명으로만은 해결할 수 없는 교회 숫자가 되자 다양한 이름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아름다운 교회', `좋은 교회' 등 형용사를 사용한 교회 명칭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정확한 교회 명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신대 역사신학과 김진두 교수는 “지역명을 이름으로 쓰는 것이 성경적이고 정상”이라면서 “그런데 한 지역에 너무 많은 교회가 생겨나고 수많은 교파가 남발되다 보니까 다른 이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겼고 각 교회들을 더 많은 교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적인 수단 혹은 상업적인 수단으로 교회 이름을 독특하게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43년간 강단에서 국어를 가르친 국어학자로 교회명을 연구해온 김종훈 장로(성애교회·75)도 교회 이름으로 형용사나 동사 또는 수식어로 된 말은 적당치 않다고 주장한다.
김 장로는 “교회 이름은 고유성을 지녀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편성 혹은 일반성을 지닌 말을 교회명으로 쓰는 것은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로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의 이름이나 교회의 이름도 다수의 교회와 구별 짓기 위해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좋은교회'라고 하면 다수의 교회를 일반적으로 말하고 있을 뿐 특정교회를 구별하는 기능은 없다는 것이다. 한 예로 `아름답다'라는 말은 지역과는 상관없이 쓰여질 수 있기 때문에 교회의 고유성에 위배된다는 의미다.
또한 명사에 관형격조사 `-의'가 붙은 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주님의', `진리의'란 수식어가 붙은 교회가 있다고 볼 때 이 경우 `교회'란 말을 빼버리면 그 수식어는 독립성이 없어지게 되는데 `교회`는 보통명사이므로 이 말을 뺀 앞의 말만 가지고도 홀로 설수 있어야 한다. 김 장로는 “교회명 뿐만 아니라 모든 이름은 부르기 쉽고 안정감 있는 청각 인식이 분명한 말이 좋다”고 설명하고 “같은 이름이 많을 경우 `부산○○교회'나 `수원○○교회' 등 지역적인 말을 앞에 붙여서 구별성 있고 고유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양교회의 경우는 세인트 폴 교회, 요한교회, 사도바울교회 등 성자의 이름을 사용한다거나 지역이름이나 지역의 옛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특정한 교회 이름이 많은 이유는 “똑같은 이름을 지어서 자기 교회를 다른 교회와 차별화 시키고 그래서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김진두 교수는 주장한다.
김 교수는 “우리말 국어의 문법과 국어의 품위 있는 사용에 반대되는 그런 이름을 마구잡이로 붙이는 것은 오히려 선교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세상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회명에 추상적인 단어를 붙임으로 해서 교회의 본질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목회자는 “이미 `교회'라는 말에는 `아름답고', `복되고', `좋은' 등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특정한 단어를 붙임으로 해서 교회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5만개 이상의 교회가 존재한다. 교회가 많아지는 것은 한국교회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긍정적인 이유도 있지만 팽창주의의 모습이라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역시 마찬가지로 교회의 다양한 이름들은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되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는 교회의 본질을 잊고 한가지 모습만을 나타내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성주 기자
들소리신문